2026년 7월 29일 : 100호

이 책이 지금
씩씩하게 팔을 휘두르며
저는 아직도 MBTI 얘기를 종종 합니다.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MBTI 테마소설집에서 소설가 김화진은 (어쩐지 납득될 만하게) INFP가 주인공인 세계를 맡아 <나 여기 있어>라는 소설을 발표했습니다. 모든 일을 빨리 해치워버리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저는 김화진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는 그 속도와 멈춤에 매번 신기해하곤 합니다. 이토록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소설을 읽는구나, 싶기도 하고요.
김화진의 인물들은 직접 물어보는 대신 안에서 되묻고 탐구합니다. 너는 어떤 사람이냐고 직접 물어보지 않고, 네가 어떤 사람일지 네가 읽는 책을 따라 읽어보며 추측하고 인터넷에 남아있을 너의 기록을 찾아 검색해봅니다. 이 뭉근한 온도는 대체로 상대방의 속도며 온도와는 어긋나기 마련이라, 이 약간의 밀려남에서 늘 소설의 애틋함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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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도 MBTI 얘기를 종종 합니다.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MBTI 테마소설집에서 소설가 김화진은 (어쩐지 납득될 만하게) INFP가 주인공인 세계를 맡아 <나 여기 있어>라는 소설을 발표했습니다. 모든 일을 빨리 해치워버리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저는 김화진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는 그 속도와 멈춤에 매번 신기해하곤 합니다. 이토록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소설을 읽는구나, 싶기도 하고요.
김화진의 인물들은 직접 물어보는 대신 안에서 되묻고 탐구합니다. 너는 어떤 사람이냐고 직접 물어보지 않고, 네가 어떤 사람일지 네가 읽는 책을 따라 읽어보며 추측하고 인터넷에 남아있을 너의 기록을 찾아 검색해봅니다. 이 뭉근한 온도는 대체로 상대방의 속도며 온도와는 어긋나기 마련이라, 이 약간의 밀려남에서 늘 소설의 애틋함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친구로 인해 서운한 마음을 품고 다시 친구를 찾아 떠나고, 애인으로 인한 고초를 겪고 다음 애인을 용기를 내 만나고, 회사를 그만두고도 다음 회사를 알아보는 김화진 소설의 마음탐험가들은 '텅 빈 마음 가진 채로' 나아갑니다. 빈 자리에 놓일 미래를 고대하며 나아가는 이들의 움직임에는 뭉클한 데가 있습니다. 안 무서워서 씩씩하게 걷는 게 아니라 '무서워하면서도 걸어가는 사람'(안미옥 <온>)이라 나아가는 이들. 이 겁많고 낙천적인 친구들과 함께 걸으며 팔을 휘두르고 싶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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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쪽 : 이것이 내가 모르는 온도일까. 세상과 타인의 온도. 내 마음 바깥의 서로 다른 모든 온도. 그런 생각이 비집고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잘 맞춰봐야지.
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는 5년 만의 장편소설입니다. 그간 부커상 국제 부문, 국제더블린문학상, 메디치상 후보로 전작 <대도시의 사랑법>과 함께 해외 프로모션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외국 독자를 만나면서 생겼던 소개할 만한 사건이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A :
2023년 하반기부터 <대도시의 사랑법> 북투어가 시작됐는데, 쭉 세어 보니까 그간 15개국 정도 되는 나라를 쏘다녔더라고요. 많은 분이 해외 독자와 한국 독자의 차이점을 궁금해하시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사실 별 차이가 없어요. 놀랍게도 폴란드나 대만, 스웨덴이나 한국의 독자분들 모두가 <대도시의 사랑법>을 ‘나와 내 친구의 이야기’처럼 읽었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해주신답니다? 한국적 색채가 아주 짙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보편적인 서사로 읽어주시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또한 정말 많은 분이 “이 소설을 써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씀해주곤 하셔요. 그 힘을 받고, 지금까지 열심히 지치지 않고 소설을 써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중 특별했던 경험을 꼽자면 스웨덴 ‘우메오 문학 축제’에서 안톤 허, 정보라 작가님과 함께 무대에 섰던 일이에요. 영어 통역이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별도의 통역사분이 섭외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저 말고 두 작가님은 네이티브 스피커이신데 반해 저는 한국 제도권에서 영어를 배운 게 고작이라, 영어로 ‘문학 대담’을 해나갈 자신이 없더라고요. 심지어 천여 명이 수용되는 3층짜리 대 강연장이었답니다? 등에 땀이 줄줄 났습니다. 결국 무대에서 몇 번 말이 끊어졌는데, 센스 만점 안톤, 보라 선생님께서 중간에 제가 하고자 했던 말을 대신 해주시기도 하고, 사회자 님이 위트로 넘겨주시기도 하고, 다행히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그날 밤에 다 같이 모여서 오로라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결국 기진맥진해서 호텔에 쓰러져 잤고요, 가장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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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는 5년 만의 장편소설입니다. 그간 부커상 국제 부문, 국제더블린문학상, 메디치상 후보로 전작 <대도시의 사랑법>과 함께 해외 프로모션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외국 독자를 만나면서 생겼던 소개할 만한 사건이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A :
2023년 하반기부터 <대도시의 사랑법> 북투어가 시작됐는데, 쭉 세어 보니까 그간 15개국 정도 되는 나라를 쏘다녔더라고요. 많은 분이 해외 독자와 한국 독자의 차이점을 궁금해하시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사실 별 차이가 없어요. 놀랍게도 폴란드나 대만, 스웨덴이나 한국의 독자분들 모두가 <대도시의 사랑법>을 ‘나와 내 친구의 이야기’처럼 읽었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해주신답니다? 한국적 색채가 아주 짙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보편적인 서사로 읽어주시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또한 정말 많은 분이 “이 소설을 써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씀해주곤 하셔요. 그 힘을 받고, 지금까지 열심히 지치지 않고 소설을 써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중 특별했던 경험을 꼽자면 스웨덴 ‘우메오 문학 축제’에서 안톤 허, 정보라 작가님과 함께 무대에 섰던 일이에요. 영어 통역이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별도의 통역사분이 섭외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저 말고 두 작가님은 네이티브 스피커이신데 반해 저는 한국 제도권에서 영어를 배운 게 고작이라, 영어로 ‘문학 대담’을 해나갈 자신이 없더라고요. 심지어 천여 명이 수용되는 3층짜리 대 강연장이었답니다? 등에 땀이 줄줄 났습니다. 결국 무대에서 몇 번 말이 끊어졌는데, 센스 만점 안톤, 보라 선생님께서 중간에 제가 하고자 했던 말을 대신 해주시기도 하고, 사회자 님이 위트로 넘겨주시기도 하고, 다행히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그날 밤에 다 같이 모여서 오로라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결국 기진맥진해서 호텔에 쓰러져 잤고요, 가장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답니다.
Q :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는 자이니치 여성 '하나'가 어머니를 화재로 잃고, 도시락 장사를 하던 자신의 평범한 어머니가 '초대 미스 세일' 미인 대회 우승자였다는 사실을 알게되며 사건을 향해 돌입합니다. 작가의 말의 '한 사람에게는 구원이었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는 것. 그 둘이 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처럼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일면이 있다는 점, 이러한 궁금증이 우리를 소설로 끌어당기는 것 같습니다.
A :
일상 속에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어떤 대상의 이면을 파악하고, 그것에서 모종의 ‘진리’를 파헤치는 과정. 저는 그것이 결국 문학작품 혹은 예술 작품을 만들고, 향유하는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이 너무 즐거워서 소설 작업을 시작했고요, 이번 작품에서도 ‘가장 가까운 존재’인 엄마가 내가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을 때의 그 낙차를 그리고 싶었어요. 또한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얄궂습니까? 인간을 가장 숭고하게 만들기도 하고, 또 가장 잔인하게 만드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저는 생각해왔습니다. 그 아이러니를 꼭 다루고 싶었어요.
Q :
박상영 작가의 SNS 계정을 지켜보던 독자들은 신작을 오래 준비하며 작가가 겪은 부침을 알고 있을 듯합니다. 함께 기다리며 작품을 읽을 날을 고대했을 독자께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의 시놉시스를 처음 쓴 날이 2023년 1월이더라고요. 꼬박 3년 반에 걸쳐 매일을 고민하며 쓴 작품인 셈입니다. 제 인생 첫 본격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기도하고요. 처음으로 1인칭 - 남성 화자가 등장하지 않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많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고, 익숙지 못한 방식 때문에 사실 고생도 많이 했지요. 호들갑이 심한 성격이라 그걸 또 일일이 SNS에 티 내고 말았어요. 부끄러운 마음도 있지만, 또 함께 으쌰으쌰 응원해주신 독자분들 (팔로워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동시에 듭니다.
사실 오늘 출간을 하고, 몹시 긴장되는 상황인데요, 독자 여러분들이 일상의 시름을 깨끗이 잊고 오롯이 작품에 빠져들어 재밌게 읽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앞으로 계속, 만나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 접기

한국문학 MD는 지금 
철새들이 커다란 브이자 형태로 늘어서서 하늘을 날고 있었다. 와, 나는 낮게 감탄하는 말을 내뱉었다. 남자가 우리 쪽을 힐끔 돌아보고 웃으며 말했다.
“약하니까요. 약한 것들은 저렇게 몰려다녀야 그나마 목숨을 부지하죠.”
새들에게도 사회성이 필요하다는 문장을 읽으면 선생님들은 어떤 기분이실지 궁금합니다. 예전의 저라면 나의 사회성없음을 탓하며 쓸쓸해졌을 것 같은데요, 요즘은 이 소설의 '나'처럼 저렇게라도 살아보려 노력하는 마음에 약간의 감탄과 감동을 하게 됩니다.
따뜻한 비관론자 편혜영은 이제 이렇게 세상을 바라봅니다. <아오이가든>, <홀>의 불길하고 강렬한 서스펜스에서 출발해 편헤영이 다다른 곳은 조금도 나아질 가망이 없는 곳. 그렇지만 삶에 냉담해지지 않아도 되는 곳. 잘못 뜬 스웨터는 “틀리면 다시 뜨면 되고 잘못되면 풀어버리면 된다”고 받아들이는 공간입니다. 적확하고 서늘한 묘사에 약간의 유머를 담은 이 소설가의 변모를 어떻게 읽어주실지 선생님들의 감상이 벌써 궁금해집니다.

출판사는 지금 : 창비
회사에서 동료들과 대화하던 중에 각자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제 옆에 앉아 있던 동료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어요. "무조건 미친 여자가 나오는 이야기요." 그 대답을 듣자 미친 여자들만 나오는 소설을 모아 보고 싶어졌습니다.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는 이렇게 시작된 책입니다.
앤솔러지에 참여한 다섯 작가님이 처음 '미친 여자들'을 주제로 소설을 청탁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잠깐 상상해 봅니다. '왜 나한테 이런 청탁을?'이라고 의아해 하기보다 '왜 나인지 알겠군' 하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셨을까…… 하고 저는 믿습니다. 각각의 작품들은 하나씩 따로 읽어도 무척 강렬하지만, 다섯 작품을 모아 놓으니 서로 다른 문체와 개성과 서사 속에서 더더욱 황홀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책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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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동료들과 대화하던 중에 각자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제 옆에 앉아 있던 동료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어요. "무조건 미친 여자가 나오는 이야기요." 그 대답을 듣자 미친 여자들만 나오는 소설을 모아 보고 싶어졌습니다.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는 이렇게 시작된 책입니다.
앤솔러지에 참여한 다섯 작가님이 처음 '미친 여자들'을 주제로 소설을 청탁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잠깐 상상해 봅니다. '왜 나한테 이런 청탁을?'이라고 의아해 하기보다 '왜 나인지 알겠군' 하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셨을까…… 하고 저는 믿습니다. 각각의 작품들은 하나씩 따로 읽어도 무척 강렬하지만, 다섯 작품을 모아 놓으니 서로 다른 문체와 개성과 서사 속에서 더더욱 황홀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책이 되었어요.
독자 여러분께도 자랑스럽게 '미친 여자가 나오는 소설들'을 소개합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누가 미쳤다는 건지 혹시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는 건지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그러한 혼란까지도 기꺼이 그리고 반갑게 받아들이게 된답니다. 참, 이 책의 작가 소개가 특이합니다. 작가님이 어떤 미친 사람인지 써 달라고 했거든요. 책을 펼쳐 보시면 꼭 작가 소개까지 읽어봐 주세요.
- 창비 문학출판부 곽주현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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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 소설가
영화 감독으로 경력을 시작한 소설가들의 첫 소설이 올 여름 출간되어 함께 소개드려봅니다. 8월 개봉을 앞둔 '복수 로드 무비' <경주기행> 의 김미조는 교도소에서 시작되는 하드보일드 여성 버디 누아르로 소설가로서 경력을 시작합니다. 영화의 컷처럼 끊어지고 전환되는 장면들이 인상적입니다.
<밤의 문이 열린다>, <그림자 아이>의 유은정은 소녀들의 호러 소설로 독자를 만납니다. 완벽한 아름다움과 치열한 몸부림이 공존하는 아티스틱 스위밍을 소재로, 예술과 기술의 종목을 두고 경쟁하는 청소년들 사이 불안과 욕망, 질투와 우정을 날카롭고 묵직하게 그려낸 수영장 버전의 '여고괴담' 입니다. "부디 물 조심 하시길" <기리고>의 전소니 배우가 스산하게 추천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