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아서 쾨슬러의 『한낮의 어둠』, 조지 오웰의 『1984』와 나란히 전체주의의 공포를 그려낸 20세기 정치소설의 대표작, 빅토르 세르주의 『툴라예프 사건』이 마침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눈 덮인 모스크바의 어느 겨울밤, 고위 관료 툴라예프가 정체 모를 총탄에 쓰러진다. 수사는 점차 혼란에 빠져가고, 무결점의 철권통치를 자부하던 권력은 마땅히 존재해야만 하는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방대한 수사 기계를 가동한다. 그렇게 단 한 발의 총성은 지구 육지의 6분의 1에 달하는 대륙 전체를 광기 어린 대숙청의 소용돌이로 물들여 간다. 사건을 해결하려는 자, 의심하는 자, 저지른 자, 이를 발판 삼아 더 높은 권력을 움켜쥐려는 자―하나의 총성에 얽혀든 인간 군상이 저마다의 밀실 같은 공포 속에서 부딪치고 무너진다. 고결한 이상을 잃은 인간이 마주하게 되는 정신적 황무지는 얼마나 거대하고도 쓸쓸한가. 세르주의 삶이 녹아든 이 소설은 거미줄처럼 얽힌 서사와 치열한 심리 묘사, 시(詩)의 언어로 빚어낸 누아르의 긴장감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놀라운 것은, 이 서늘한 이야기가 결코 차갑기만 한 정치소설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르주는 인간을 결코 “역사 속 익명의 부품”으로 다루지 않는다. 권력의 톱니 아래에서 기묘하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끝내 공포로 물들어 가는 인간들의 춤을, 그리고 그 절망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경이로운 자연의 서정을 함께 그려낸다. 방아쇠가 된 총성은 1934년 키로프 암살이라는 실제 사건을 강하게 환기하고, 이 모든 이야기는 아나키스트에서 혁명가로, 다시 추방된 망명객으로 20세기를 관통했던 작가 자신의 생애에서 길어 올린 것이다. 수전 손택은 세르주를 두고 “20세기의 가장 매혹적인 도덕적·문학적 영웅”이라 일컬었다. 이제는 이름마저 흐릿해진 수많은 영웅들의 절규가 곧 작가의 절규가 되어 페이지마다 울려 퍼진다.


· [『툴라예프 사건』은] 끊임없이 재발견되었다가 다시 잊히기를 거듭해 온 경이로운 소설이다. 빅토르 세르주는 20세기의 가장 매혹적인 도덕적·문학적 영웅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에게 소설은 곧 진실이다─자기 초월의 진실이요, 입 없는 자들, 혹은 침묵당한 자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해야 할 책무로서의 진실인 것이다.
― 수전 손택, 비평가·작가
· 빅토르 세르주라는 인간과 그의 저서가 지닌 본질은 진실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세르주는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역사적 힘의 익명의 대행자로 보지 않았다. 그는 길을 지나가는 평범한 행인 한 명에 대해 글을 쓸 때조차, 그 사람의 내면과 외면의 삶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감을 느끼지 않고는 글을 쓰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만난 모든 이들(노동자, 농민, 판사, 사기꾼, 부유한 변호사, 재봉사, 배신자, 영웅)에게 상상력으로 자신을 투영하여 깊이 공감했다. 그렇기 때문에 세르주의 글에서 상투적인 전형이 나타나는 것은 방법론적으로 불가능했다. 그의 타고난 상상력의 본질이 이를 완전히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 존 버거, 비평가·작가
· 빅토르 세르주의 통찰은 윤리적이고, 지적으로도 풍요롭다. 20세기 혁명 운동을 그보다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드와이트 맥도널드, 비평가
· 소련 강제수용소에서 크렘린, 파리, 바르셀로나까지. 1930년대 유럽 전역을 종횡무진하는 이 소설의 탁월함은 그야말로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 《더 타임스》
· 20세기 러시아 소설의 위대한 걸작. 경이로운 자연 묘사가 압권이며, 그 속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비극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 《가디언》
· 『툴라예프 사건』은 거칠고 투박하며, 모스크바 삶의 비루함과 추악함이 짙게 배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저 별들로 인도하는 서정적 비상으로 고동치기도 한다. 세르주에게 별이란 역사가 약속했으나 아직 실현하지 못한 재생과 변혁의 순간들을 의미한다. 이 작품에는 신비주의가 깃들어 있다. 이는 세르주가 눈앞의 전적인 절망을 외면하기 위해 우주의 영원함 그 자체로 시선을 돌리는 듯한, 우주적 동경을 담은 작품이다.
― 《북포럼》
·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못지않게 중대하며,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저항 소설이다. 이 소설들은 수십 년 전 일상적인 삶의 감각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역사서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독자들에게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개인적 시각을 제공한다. 이런 책들이 있기에 과거는 잊히지 않는다. 『툴라예프 사건』에서 묘사된 삶의 모습은 스탈린주의라는 거대한 단일 체제가 왜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었는지를 증명한다.
― 《소셜리스트 액션》
1장 혜성은 밤에 태어난다
2장 눈먼 칼들
3장 포위된 사람들
4장 건설하는 것은 멸망하는 것이다
5장 패배 속의 여행
6장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파멸한다
7장 허무의 해안
8장 황금의 길
9장 순수함이 반역이 될 때
10장 거대한 얼음 조각들이 계속 미끄러지고 있었다……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모든 불행은 인간이 생각한다는 데서 비롯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당신도 모르는 사이, 당신 안에 생각하는 어떤 존재가 있어서, 문득 침묵하고 있던 뇌에 짧고 시큼하며 견딜 수 없는 문장을 하나 내뱉는 데서 비롯되며, 그 뒤로는 더 이상 이전처럼 살 수 없게 되어버린다. _17쪽
정의는 분명 마르크스에게 있었을 터였으나, 로마시킨은 거기서 정의를 찾아내는 법을 알지 못했다. 정의는 혁명 속에 있었고, 레닌의 영묘에서 깨어 있었으며, 수정관 아래에 누워 있는, 분홍빛이 감도는 창백한 레닌의 방부 처리된 이마를 비추고 있었다. 미동도 하지 않는 경비병들이 그를 지키고 있었는데, 사실 그들이 지키고 있던 것은 영원한 정의였다. _18쪽
헤아릴 수 없이 깊은 슬픔에 사로잡힌 로마시킨은 생각했다. «저 사람, 거짓말을 하고 있군!» 그리고 자신의 대담함에 겁을 먹었다. 다행히도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_29쪽
아니, 정말로 언젠가 인간에게 이가 사라질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까? 진짜 사회주의, 뭐 그런 겁니까? 모두에게 버터와 설탕이 돌아가는 사회주의? 어쩌면 인간의 행복을 위해, 부드럽고 향기롭고 감미로운 이들이 생겨 인간을 어루만져주지 않을까요? _33쪽
그리고 끊임없이 총성이 이 이름들, 문서들, 수치들, 끝내 완전히 해독되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삶들, 추가 조사들, 밀고들, 보고서들, 광기 어린 발상들이 뒤엉켜 쌓인 이 축적물을 이쪽에서 저쪽까지 꿰뚫고 지나갔다. 엄격한 위계 속에 편제된 수백 명의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밤낮없이 이 서류들을 처리하고 있었고, 동시에 이 서류들에 의해서 처리되고 있었으며, 어느 순간 그 속으로 사라져, 끝없는 작업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주곤 했다. 이 피라미드의 꼭대기, 그 뾰족한 정점에는 막심 안드레예비치 예르쇼프가 있었다.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_76쪽
그가 외쳤다. «나는 반역자다! 나는 모든 것을 배신했다! 짐승 같은 놈들아!» 그리고 모두 경악하며, 그가 지도자의 초상화를 총탄으로 벌집처럼 만들어놓았으며, 두 눈을 쏘아 뚫어버리고, 이마에는 별 모양의 구멍을 내놓은 것을 지켜보았다. _80쪽
그런데 이 집에서 펜을 든 자들은 혁명의 이름으로, 독재자가 명령하는 어리석음과 추잡함 을 시와 산문으로 써 내려가며 배를 채우고 있었다. 벼룩들, 벼룩들. 루블료프는 여전히 작가 동맹의 일원이었으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조언을 구하던 회원들은 연루될까 봐 두려워 길거리에서도 그를 아는 척하지 않았다……. _117쪽
스트라스트나야 광장의 기단 위에서 푸시킨은 사색에 잠겨 있었다. 러시아의 시인이여, 당신이 개자식이 아니었음에, 그저 아주 조금 비겁했을 뿐임에, 당신의 친구들인 데카브리스트들이 교수형에 처해질 때, 비교적 계몽된 폭정 아래서 살아남기 위해, 아마 딱 필요한 만큼만 비겁했을 뿐임에, 세기가 지니도록 감사하노라! _118쪽
자살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해결책일 뿐이야. 따라서 사회주의적인 해결책은 아니지. 내 경우엔, 그것은 나쁜 본보기가 될 거야. 블라데크, 이 말을 하는 건 자네의 결심을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야. 자네에겐 자네 나름의 이유가 있고, 나는 그것이 자네에게는 타당하다고 믿어. 아무것도 자백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건 대단히 용기 있는 일이야, 아니, 어쩌면 지나치게 용감한 일일지도 모르지. 누구도 자신의 힘을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으니까. _138쪽
“사실 그대로 말하면, 나는 말이야, 두렵다, 나는. 나는 죽을 만큼 두렵다, 자네들, 이해하겠나, 이런 모습이 혁명가에게 어울리든 말든. 내가 증오하는 이 모든 눈 더미와 이 숲속에서, 짐승처럼 홀로 살아가는 것도, 전부 두렵기 때문이야. 나는 여자도 없이 산다, 그건 밤중에 깨어 이것이 마지막 밤은 아닐지 묻게 될 사람이 둘이 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야. (...) 나는 두렵고, 또 부끄럽다, 나 자신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부끄럽다. 나는 총살당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들의 얼굴이 나에게 보이고, 그들의 농담이 나에게 들린다. 그러면 의학이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편두통이 나를 찾아온다. 불빛 같은 작은 통증이 뒷덜미에 박힌다. 나는 두렵다, 두렵다, 죽음 그 자체보다 오히려 이 모든 것이 더 두렵다, 자네들을 보는 것도 두렵고, 사람들과 말하는 것도 두렵고, 생각하는 것도 두렵고, 이해하는 것도 두렵다…….” _140쪽
섬뜩할 정도로 날카롭고 푸르스름한 초승달이 마치 완벽한 목의 선처럼 밤하늘 위로 떠올랐다. 루블료프는 생각했다. 불길한 달이로군. 공포란 정확히 밤처럼 찾아온다. _144쪽
삶은 결국 우리의 비천한 흙더미를 이겨낸다. _146쪽
바닷속에 잠긴 도시여, 잘 있어라. 운전사가 가속 페달을 밟았다―바닷속에 잠긴 것은 바로 우리다. 하지만 상관없다, 우리는 한때 강인했던 사람들이니까. _161쪽
그 무렵, 마케예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각이라는 걸 했다. 그것은 마치 자기 자신과 대화를 시작한 것과도 같았고, 그는 스스로가 우스꽝스럽다고 느껴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래, 지금 내가 바보짓을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짜맞춰지던 말들이 너무 진지했기에 웃음은 이내 가셨고, 그는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들어 올릴 수 없는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려는 사람처럼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떠나야 한다고, 외투 속에 수류탄을 숨겨 가져가야 한다고, 마을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주 저택에 불을 지르고 땅을 차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_165쪽
감자, 쓴 빵, 묽은 우유, 마지막 남은 설탕을 얻으려고 줄을 선 여인들의 이 기다림 역시 지도자들의 연설이나 은밀한 처형, 황당한 지령들만큼이나 사회 변혁에 필수적인 요소들인지도 모른다. 혁명에는 이런 비용도 드는 것이다. _223쪽
레닌그라드의 어느 운하 위, 다리 입구에는 황금 날개를 단 붉고 커다란 사자들이 있다, 또…… 또 무엇이 있지? 탁 트인 바다가 있다! 저 바다로 온몸을 던지고 싶다, 돌아올 길 없이, 먼바다로! 먼바다로! _277쪽
알겠지, 서방이라는 거, 나는 그걸 증오한다, 그리고 우리 세계, 바로 이 세계, 나는 이것도 증오한다, 하지만 나는 이 세계를 증오하면서도 더 사랑한다, 아니,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내 핏속에 우리의 독이란 독은 다 흐르고 있지……. 그리고 난 지쳤다, 그리고 이제 지긋지긋하다……. _324쪽
엎질러진 물은 퍼져 나가지만, 그것이 부딪히는 바로 그 장애물들 때문에 오히려 또렷한 윤곽을 갖게 된다. _360쪽
하지만 네가 틀린 거라면, 혁명이 오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이 작은 뼈들로 오직 한 나라에서 사회주의를 건설해야 한다면, 그렇다면, 너는 당연히 위험한 존재야, 우리는 너를 격리해야 해, 어쩔 수 없어. 그래서 이렇게 된 거야. 북극이나 다름없는 이 구석진 곳에서,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면서……. 그래도 말이야, 나는 여기서 너와 함께 있는 게 참 좋다. _377쪽
인생에는 패배의 한복판에서조차 모든 것을 희망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 사람은 중앙감옥의 쇠창살 뒤에 살면서도 혁명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교수대 아래에서도 자기 앞에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안다. 미래는 소진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진된 한 인간에게 미래는, 그 떠남 하나하나가 마지막이 될 뿐이다. _385쪽
감히 할 수 있었다면, 그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았을 것이다―사람들은 살아간다, 기묘한 일이다, 그들은 단순하게 살아간다, 그들에게 이런 공허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 바로 곁에서, 완전히 다른 세계 속에서, 공허를 가로지르며 걷고 있는, 더 이상 다른 길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_429쪽
너는 위대하지도 영리하지도 않다, 그러나 너는 강하고 헌신적이다, 너보다 더 나았던 이들, 네가 없애버린 모든 이들처럼. _437쪽
언젠가는 인간의 시선이 속속들이 꿰뚫어 볼 수 있는, 빛나고 투명한 기계들이 등장할 겁니다. 그것은 마치 하늘의 순수함에 견줄 만한, 기계들의 순수함이 되겠지요. (...) 하지만 지금은, 로마시킨 동지, 아직 연민이 필요합니다. 기계들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어서,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결코 알지 못합니다. _581쪽
그녀는 밀 냄새가 배어 있는 자루 위로 뺨을 기댄 채 잠들었다. 코스탸는 잠시 그녀를 지켜보았다. 그의 기쁨은 너무나 커서 슬픔과 닮아 있었다. 그리고 똑같이 흔들리는 요람이, 이제 그를 잠 속으로 이끌었다. _5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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