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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1980년대의 어느 날, 삼촌은 우리 가족으로부터 유령이 되었다. 당시 20대였던 아버지의 남동생 고든은 먼저 자신의 새로운 이름이 가브리엘이라고 선언했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허공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남겨진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우리는 가브리엘이 감행한 탈출 계획의 윤곽을 겨우 그려볼 수 있었다. 그는 애들레이드에서 런던으로 거처를 옮겨 새로운 정체성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 것이다. 어쩌면 연극계에서 이름을 날릴 계획과 함께.

고스팅. 도미닉 페트먼 지음, 최리외 옮김

어쩌면 편향은 버그가 아니라 비열한 생산 체제의 핵심 기능일지도 모른다. 편향은 사람들을 시각적으로 비하함으로써 표상의 차원에서만 생산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편향을 '제거'하려는 시도 또한 전쟁, 에너지 분쟁, 인종차별적 국경 체제로 떠받쳐진 계급적 위계를 공고히 하면서, 비열한 생산 체제 안에서 얼마든지 생산적으로 작동 가능하다.

미디엄 핫: 발열 시대의 이미지. 히토 슈타이얼 지음, 이계성 옮김

이 책의 한가운데에는 자유의지의 놀라운 가능성과 자기중심주의의 함정 사이에서 생겨나는 긴장이 자리하고 있다. 편협한 개인의 시야와 공익을 위한 변화에의 신념을 조율하려 했던 예나 학파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의미하다. 이제 그들의 사상은 그 기원이 잊힐 만큼 우리의 문화와 행동에 깊이 침투해 있다. 지금 우리는 피히테의 자기 결정적 자아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미 그것을 내면화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로 자아다.

위대한 반항자들. 안드레아 울프 지음, 신소희 옮김

책을 만들던 당시 제주에서 비자림로 확장을 목적으로 비자나무 숲을 기습 벌목하는 일이 일어났어요. 저희는 현장에서 주검이 되어 쌓여 있는 나무들을 봤고요. 같은 시기에 ‘숲에서 나오는 양분이 연안 해역과 생태계를 먹여 살린다’는 내용의 책도 읽고 있었기에 나무를 베어 책을 만들지는 말자는 생각을 굳히게 됐죠. 환경에 떳떳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자 했어요. _바다 환경문제 전문, 한바랄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 물도깨비·서서재 대표 인터뷰 중에서

출판사의 첫 책. 송현정 지음

내게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책 중 몇 번이고 나눠주고 또 나눠줬던 책이 다섯 권 있는데, 이 책들은 당장이라도 나눠줄 수 있게 항상 몇 권씩 준비해 둔다. 서점에서 그중 하나를 발견하는 날에는 때가 되면 언젠가 적합한 주인이 나타나리라는 마음으로 구매해 선물용 더미에 추가해 두기도 한다.

책은 선물.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강경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