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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모년 4월 26일. 나는 죽었다.’
……라고 하니까 왠지 분위기 있어 보이는 것이, 얼마 전에 봤던 만화영화의 시작 부분을 따라 해 본 것뿐이지만 꽤나 탁월한 문장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눈앞에 죽은 내 모습이 떡하니 보이고 있었으니까.
“헐…….”
나는 조금 황망한 기분으로 도로 한복판에 널브러진 익숙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숱 많은 시커먼 고수머리와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린 두꺼운 뿔테 안경. 비쩍 마른 몸에 촌스러운 감청색 교복. 분명 오늘 아침 학교를 나오기 전에 거울에서 보았던 내 모습이 확실했다.
“이거…… 정말이야? 진짜? 사실? 리얼리?”
두 눈으로 보고도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나는 스스로 뺨을 두드리고 꼬집어 보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눈앞에 벌어진 기이한 현실(그렇다, 이건 틀림없는 현실이었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허공에 떠 있는 내가, 바로 아래에 죽어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바로 이러한 상황 말이다.
“우아악― 미치겠네! 왜 내가 이딴 일을 당해야 하냐고!”
내 이름은 강지훈.
올해로 17살인 대한민국 국적의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난 이제껏 나 자신이 평범하다는 것을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운동 실력도 또래 중 보통이고, 성적도 보통, 신체 사이즈며 외모며 그야말로 무엇 하나 남들보다 뛰어난 것 없는 내가 평범하지 않다면 세상의 그 누가 평범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겠는가!
평범한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고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평범함이란 세상의 그 어느 일보다 쉽고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 아니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내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방금 전의 그 ‘사고’를 당하기 전까진.
애초부터 사고의 발단은 별것 아니었다. 한국이란 나라는 워낙에 땅덩어리가 좁은 데다가 교통이 복잡하기 때문에 흔하디흔하게 일어나는 게 교통사고다.
얼마 남지 않은 모의고사 준비 때문에 평소엔 하지도 않던 공부 좀 해 보겠답시고 영어 단어장을 들고 외우며 다닌 게 화근이었다. 신호를 무시한 자동차 한 대에 손도 못 써 보고 그대로 치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허어, 이래서 평소에 안 하던 짓 하면 죽는다는 얘기가 나온 거구나…….’
옛말 틀린 것 하나도 없다. 선조의 지혜란 그저 아무 데서나 꾸며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른들 말씀을 무시한 죄로 받는 형벌인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벌치고는 너무 과하다고 생각지 않아?
게다가 심하게 치인 것도 아니고 그저 가볍게 부딪힌 것뿐이다. 물론 가볍다곤 해도 저만치 멀찍이 날아가 버릴 정도로 크게 충격을 받긴 했지만, 외관상 어디 하나 부러지거나 피가 터진 곳도 없었다. 그런데 고작 그 정도에 죽어 버리고 말다니.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그렇고말고.
시체의 겉면이 얼마나 깨끗했던지 나를 친 가해자는 물론, 찾아온 경찰들마저 처음엔 내가 죽은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나조차 다시 육체로 돌아가 보려고 시도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여러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육체는 번번이 내 영혼을 튕겨냈고, 지금은 숨을 안 쉰 지 20분이 넘어간 상태라 나도 포기한 상황이었다.
아아, 나는 정말 이렇게 어이없이 죽어 버리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