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힙의 영향인지 최근 몇 년 사이 SNS에 올 한 해, 혹은 최근 몇 달 동안 책 수십 권을 읽었음을 인증하는 글들이 많이 보인다. "1년에 100권 읽기" 같은 챌린지는 이미 오래된 콘텐츠다. 벽돌책 입장에선 영 서운한 일이다. 권수 경쟁이 붙을 때 제일 먼저 배제될 뿐 아니라 겨우겨우 읽혔다 한들 얇은 책 한 권과 똑같이 한 권으로 셈 쳐지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말이다.
장강명은 '벽돌책 읽기'를 '책 읽기'와 별개의 행위로 본다. 그는 벽돌책 읽기가 "하나의 사유가 중단 없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생각들이 서로 충돌하고 보완하며 만들어내는 더 높은 차원의 통합적 통찰"을 이끌어낸다고 말한다. 긴긴 시간을 통해 이 막힘없이 광대한 공간을 가로지르는 사유를 경험한 사람은 그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벽돌책 읽기는 세분화된 독서의 종류 중 독립적인 챕터로 우리 인식 속에 자리 잡힐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인식이 그런 세팅을 하게 한다.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은 지난 10년 동안 100권의 벽돌책을 읽은 장강명이 각 책에 대해 쓴 짧은 감상들의 모음이다. 각 장 사이사이에 그가 남긴 벽돌책의 의미와 더불어 그가 읽어낸 책들의 짤막한 소개를 읽다 보면 벽돌책 읽기에 대한 흥미가 슬며시 오르며 벽돌책 읽기가 텍스트 힙 문화의 새로운 한 갈래로 뻗어나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읽어볼 만한 책들의 어엿한 목록이 생긴 건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