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라인 냅의 『욕구들』이 독보적인 현대 추상화가 하태임의 그림과 만났다. 이번 『욕구들』 리커버 특별판은 ‘컬러밴드(색띠)’로 유명한 추상화가 하태임의 작품 ‘Un Passage No.231005’(2023)으로 표지를 디자인한 특별 한정판이다. 겹치고 부딪치고 이어지는 강력한 색상의 색띠들은 『욕구들』에서 언급되는 여성의 다층적인 욕망과 기억을 연상시킨다.
하태임 작가는 20년 넘게 ‘Un Passage(통로)’ 연작을 통해,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다양한 생각, 느낌, 욕구, 감정을 시그니처인 컬러밴드(색띠)의 흐름과 중첩으로 표현함으로써,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현대 추상미술 작가이다. 이번 특별판에 표지 그림으로 사용된 ‘Un Passage No.231005’는 매끈한 바탕에 강렬한 색상의 색띠들과 얼룩의 흔적처럼 보이는 색띠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식욕, 애착, 성욕, 인정욕, 만족감 등 여성의 다양한 욕구와 사회 문화적 압박을 정교하게 다룬 『욕구들』의 이미지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특히 이번 특별판 표지는 작품 자체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극미니멀 표지 디자인으로 소장 가치를 더욱 높였다. 하태임 작가에게 ‘색’이 기억의 색이자 치유의 색인 만큼, 책을 펼치기 전부터 ‘색’의 언어로 위로와 치유를 느꼈으면 하는 의도를 표지 디자인에 담아놓았다.
욕구에 대한 사유를 확장시킨 기념비적인 책으로, 『명랑한 은둔자』,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 등의 저자이자 우리 시대 여성의 내면을 치열하고도 아름답게 묘사한 작가 캐럴라인 냅의 생애 마지막 에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거식증으로 고통받았던 시절을 회고하면서, ‘식욕’ ‘성욕’ ‘애착’ ‘인정욕’ ‘만족감’ 등 여성의 다양한 욕구와 사회 문화적 압박에 대해 정교하고 유려하게 써나간다.
2003년 출간 당시 <퍼블리셔스 위클리> <커커스 리뷰> <라이브러리 저널> <뉴욕 타임스> 등 수많은 언론의 찬사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보다 깊이 있는 거식증 논의의 물꼬를 텄다. 2011년에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자 캐럴라인 냅의 오랜 친구였던 게일 콜드웰의 서문을 수록한 개정판이 출간되면서 다시 한번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을 발하는 텍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여성학자 정희진, 소설가 김금희, 에세이스트 은유, 시인 이제니 강력 추천.
서문
프롤로그 르누아르가 그린 욕구
서론 ‘하지 마’ 세계에서의 욕구
1장 케이크 더하기, 자존감 빼기―불안, 그리고 욕망의 수학
2장 어머니와의 관계―허기, 그리고 자유의 대가
3장 내 배가 싫어, 내 허벅지가 싫어―육체 혐오, 그리고 억제에 대한 학습된 포용
4장 브라 태우기에서 폭풍 쇼핑으로―욕구와 시대정신
5장 목소리가 된 몸―슬픔의 감춰진 무언극
6장 희망을 향해 헤엄치기―신념, 행위 주체성, 그리고 만족을 향한 손 내밈
: “세상사를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글로벌 기업의 남성 CEO’에겐, 욕구나 욕구불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규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욕구는 타자성과 관련된 언설이다. 그래서 어떤 집단에게 욕구는 계속 규명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왜 ‘현대 여성’의 일상은 자신이 원하는 것, 욕구, 자아 사이에서 협상을 거듭하면서 소진되는가. 왜 여성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자기 몸 밖에 없을까. 식사장애는 제2의 성, 여성에게 당대 최전선의 이슈다. <욕구들>은 여성의 주체적 종속에 대한 저자 자신의 혼란과 분노를 넘어선, 고단한 성찰의 기록이다. 대면하지 않을 수 없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여성들의 상황은 더욱 다양해졌다. 전 세계 10억이 넘는 기아와 난민 여성, 미국 사회의 비만과 거식증, 우리의 ‘탈코르셋 운동의 연령과 계급성’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지적인 텍스트가 당도했다.”
: “책장을 덮으면서 나는 언젠가 내가 쓰고자 했던 정확히 그런 글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여성의 욕망이 자본의 지배를 받는다는 그런 ‘멀찍이서’ 내리는 분석 말고 여성의 희생을 대가로 한 누군가들에 대한 감정적 적대 말고 무엇이든 원할 수 있는 ‘뷔페’로 나아갔지만 결국 접시에 아무 욕구도 채울 수 없어 불안으로 진동하는 우리의 내면에 대해. 여성의 자아에 ‘기입’된 그 숱한 ‘허기’의 명령들, 캐럴라인 냅은 내면을 파괴해 들어가는 그 불길한 주문의 목소리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면밀하고 진실되게 기록해낸다. 수면 위로 미끄러져가는 능숙한 조정 선수처럼, 자신과 세상에 대한 투명한 성찰과 더 정확히는 선한 투지로, 자기혐오와 자아의 폭정 속에 허우적거리는 우리 자매들을 힘껏 건져내는 것이다.”
: “여성이 글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의 돈이 있어야 한다는 백 년 전 버지니아 울프의 말에 전제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그 방에 거울과 저울이 없어야 한다고. 이 책은 살려면 먹어야 하는데 먹기를 거부함으로써 ‘사회적 생존’을 도모했던 한 여성의 서사가 담겼다. 긴 책이 지루할 틈이 없다. 실제로 몸이 깎이는 고통에서 온 통찰, 속도와 밀도를 갖춘 문장과 표현이 촘촘하다. 만약 당신이 죽음을 앞두고 “내가 좀 더 많은 시간을 다이어트하는 데 보냈더라면” 후회하진 않을 거라면, “몸과 더 느긋한 관계”를 맺고 싶다면 지금 읽어야 할 책이다. 식욕을 통제하며 욕구를 단속하는 자기 학대에서 자기 돌봄으로 나아가는 법을 캐럴라인 냅은 ‘자기만의 방’에서 길어올렸다.”
: “캐럴라인 냅은 자신의 거식증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으로 하여금 심리적 신체적 허기를 불러일으키는 그 모든 복합적인 이유들을 끈질기게 밝혀낸다. 불안과 공포에 취약한 개인적 기질은 물론,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오는 죄책감, 헛된 신체 이미지를 갖게 하는 사회 문화적 추동에 대해, 그리고 그 모든 이유를 넘어 인간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존재론적인 슬픔에 대해서도. 거식증, 쇼핑 중독, 알코올의존, 관계 집착 등등 캐럴라인 냅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내면적 허기의 근원을 밝혀내는 과정을 통해, 제대로 언어화할 수 없었던 슬픔과 죄책감과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연민 앞에서 오래도록 숨겨두었던 영혼의 울음을 토해낸다. 깊숙이 숨겨두었던 슬픔과 분노의 바닥을 알아차리게 될 때,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 끝없는 결핍과 불만을 품게 했던 사회 문화적 맥락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때, 여성의 욕망을 여성 그 자신의 관점과 용어로 정의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고안해낼 때,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충만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욕구에 관해 균형 잡힌 태도를 갖게 되기까지의 캐럴라인 냅의 이 지난한 과정은 그리하여 주체성을 가진 오늘의 존재로 걸어나갈 때 순간순간 뼈아프고 귀하고 유효하다.”
: “캐럴라인 냅이 몇 년에 걸쳐 쓴 『욕구들』은 한층 더 깊이 들어가 욕구에 얽힌 모든 문제와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한다. 시선은 더 깊어지고 시각은 더 넓어졌다. 그 시선 아래서 거식증(을 비롯해 폭식증, 쇼핑 중독, 자학과 자해, 자기 파괴적 연애, 도벽 등 욕구와 얽힌 온갖 문제들)은 한 개인만의 괴로움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모든 이가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을 표출하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사회와 세상은 그 괴로움의 근원으로 드러난다. 여자의 욕구와 페미니즘의 관계, 그리고 여자와 사회가, 사람이 세상과 만나는 곳에서 생겨나는 불안, 두려움, 죄책감, 수치심, 슬픔 같은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에 관해 캐럴라인 냅만큼 잘 설명해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 “내 친구 캐럴라인 냅은 용감하고 웃기고 심리적으로 예리하고 표현력이 좋으며 다른 사람들이라면 두려워하며 달아났을 법한 감정적 솔직함의 길로 기꺼이 들어서는 사람이었다. 캐럴라인은 이 책 속에 많은 희망을 남겨놓았다. 나는 캐럴라인이 가장 남기고 싶었던 유산이 바로 그 희망일 거라고, 그보다 더 남기고 싶었던 유산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식사장애를 겪는 여성들과 심도 높게 나눈 실제 인터뷰, 페미니즘 고전들에서 예리하게 길어 올린 성찰이 단단하고 빼어나다. 캐럴라인 냅은 ‘영혼의 상태를 고민하는 것보다 몸에 대해 걱정하는 일이 더 쉽다’고 고백했지만, 나는 진심으로 모든 여성이 둘 모두를 살찌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