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영화감독)
: (...) 놀라운 것은 평범한 관객들의 고백을 통해 영화가 그들의 삶에 어떤 식으로 관계 맺는가를 확인하는 일이다. 영화에 대한 그들의 다양하고도 생생한 목소리는 영화 한 편이 어떻게 그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영혼에 흔적을 남기게 되는지를 깨닫게 한다.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한 관객은 영화 속의 아버지를 자신의 아버지로 대신하고, 심지어 영화 속 나무 계단을 밟는 소리에게도 위로를 받는다. 몸과 마음에 폭력의 상처가 새겨진 채 살아가는 젊은 여성은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 속으로 들어가 역시 폭력의 피해자인 주인공 곁에 머물고 싶다고 말한다.
“그냥 피해자가 한 명 느는 거죠. 그렇지만 덜 외롭잖아.”
나는 영화와 관객과의 소통, 그 공감의 힘에 대해 이 이상의 증언을 들어본 적이 없다.
(...) 『내 모든 것』은 지금까지 내가 읽은 영화에 관한 책들 중에, 그것이 영화 평론이든 에세이든, 가장 공감이 가고 가슴에 와닿는 글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평범한 관객의 삶 속에 스며든 영화의 모습, 그 진실을 그들의 진짜 목소리를 통해서 들려주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를 비롯한 모든 영화인들이 왜 우리가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지 귀한 깨달음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불안과 외로움을 겪고 있는 평범한 독자와 관객 들에게도 깊은 공감과 위로, 삶의 용기를 전해 주게 될 것이다.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
: 지하철을 탈 때면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기막힌 이야기들이 이 칸에 실려 흔들리고 있을까.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것뿐이야.
오정미 작가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결행한다. 타인의 마음을 두드려 여태 그들의 육신을 통과해 간 고통에 대해 듣는다. 그리고 덧붙여 당신의 ‘인생 영화’가 무엇인지 묻는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스텝 업 2」, 「디 아워스」, 「모가디슈 」…… 거명되는 영화는 사람들이 진술한 삶에 들어맞는 경우도 있지만 영판 엉뚱할 때도 있다. 단, 그들이 선택한 영화는 그들을 방금 들려준 사연 이상의 존재로 만든다. 영화를 보는 인간은 불합리하고 신비롭다.
어째서 인간은 영화 같은 것을 보는 걸까? 감히 짐작하건대 오정미 작가는 이 수수께끼와 제대로 부대끼지 않고서는 영화를 흔쾌히 만들 수 없는 부류의 사람이고, 『내 모든 것』은 그 모색의 기록이다. “주먹 뼈가 삐뚤어지도록 영화의 문을 두드렸다”는 작가의 문장에 나는 잠깐 숨을 멈추고, 튀어나온 다섯 개의 뼈마디를 그려 보았다. 손바닥으로 소중히 감싸고 싶은 하얀 조약돌 같은.
박정민 (배우)
: 여기 온 힘을 다해 삶을 살아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삶은 말 그대로 ‘삶’이며, 그 고백의 문장들은 삶의 몸부림과도 같죠. 놀라운 것은 시끄러운 속을 앓는 그들에게 ‘영화’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냐만은, 그럼에도 그 속에 각자의 ‘인생 영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영화는 ‘명작’의 반열에 있는 것들이 아니거나, 혹 그렇다 한들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지극히 사소하고 개인적이며 조금은 비틀려 있습니다. 한 영화에 삶의 인장을 박아 넣은 ‘진짜’ 인생 영화인 셈이죠. 그리고 그들의 고백은 내게 이제 영화를 그만 ‘숭배’하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그들의 인생 영화가 애달프게 다가오나 봅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자문했습니다. 내 주변에는 왜 이런 사람들이 없느냐고요.
그러다 이내 질문을 바꿨습니다. 왜 내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없을 거라고 속단했는지로요.
이 책이 담고 있는 삶과 사람은 분명히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보여 주기 위해 이 책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고통을 부끄러워하고 회피하는 시대에 어딘가에서는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 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조용히 드러내지 않은 채 살아가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숨 쉰다는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