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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혁의 한국어 수업. 이민 작가를 꿈꾸며 뉴욕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의 <초급 한국어>(2020), 바다가 보이는 사립대에서 한 학기 동안 '나에 대한 글쓰기'를 가르치는 강사의 <중급 한국어>(2023)를 잇는 세 번째 이야기다. 문지혁이되 문지혁이 아닌 소설 속 인물은 '고급 한국어' 수업을 기대했을 독자에게 실전을 내민다. 인생은 언제나 실전이기 때문이다.
2024년 1월 23일. 소설 속 평행우주의 문지혁은 '다른 학교에서 그만두신 분, 실제로는 쫓겨났을지도 모르는 분을 왜 우리가 채용해야 하죠?'(23쪽)하는 대사를 들으며 K대학 전임교원 임용에 탈락한다. 그에게 대신 주어진 강의실은 구청의 ‘나도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 뽀개기’ 수업이다.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주인공은 강의와 글쓰기와 육아를 오가며 삶이라는 실전을 마주한다.
우리네 삶처럼 소설은 실없고 짠하다가 웃기고 사랑스럽다. 한 소년의 성장기를 12년 동안 지켜본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 <보이후드>처럼, 소설 속 인물들에게도 시간이 흘러 <초급 한국어> 시절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딸은 이제 말문이 트여 작가인 아버지와 끝말잇기를 한다. 사람 - 람보. 다람쥐 - 쥐구멍 - 멍게로 이어지는 낱말 핑퐁처럼 하루의 밥벌이와 문학이 시소처럼 오르내리는 리듬을 따라 흐르다보면 어느새 이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의 평화를 바라게 되니 우리도 자신의 끝말잇기를 이어나갈 수밖에. 읽고 난 자리에서 우리의 삶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