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김상욱 교수 추천. <지구 끝의 온실>, <파견자들> 김초엽 장편소설. 경계를 넘어서는 이야기꾼은 사실과 믿음의 문제를 쥐고 국경을 넘는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이레는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자란 올리브'를 본다. 기후 재난 대응을 위해 일하는 푸른아녜스 소속 '베로니카' 수녀 이레의 눈을 사로잡는 건 날씨가 점점 더워지며 한국에서까지 재배가 가능해진 태양 아래 은백색 올리브 나무다. 이레의 수녀회를 취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과학 채널 '미놋'의 운영자 솔민은 평소의 방식대로 믿음의 허위를 검증하기 위해 푸른수녀회의 활동에 접근했다 이레와 재회한다. 이레가 아주 망가지기 전 한때 가족처럼 가까웠던 둘 사이의 묵은 감정을 풀기도 전에 이레의 정체를 둘러싼 사건이 벌어지고, 둘은 베트남, 라오스, 태국까지 버디무비의 방식으로 질주한다.
2026년 8월 2일 경남 양산의 최고기온은 국내 관측 사상 최고치인 42.5도. 더위가 실재하듯 이야기 속에선 올리브나무도 실재하고 이레 역시 실제로 존재한다. 2장의 제목인 '영혼의 깃드는 곳'은 데카르트의 가설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은 쪼개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 솔민과 '자기 삶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느낌'에서 도망치기만 한 이레의 다른 캐릭티성이 이야기의 재미를 만들어낸다. 비밀을 하나씩 벗겨내는 방식으로 활기차게 열기 속으로 뛰어든 인물들을 따라 갈 수밖에 없다.
'마음이 무너져도 무너진 채로 움직이는 것'(116쪽)이 전문분야인, 확신하고 낙관하며 '같이 기도해줄 사람이 필요한 이들 곁에서 손을 잡는'(86쪽) 이레 같은 캐릭터라면 그가 누구든, 무엇이든 마음을 빼앗기기 않을 도리가 없다. 작가의 말의 '증명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것을 끝내 믿기로 선택하는 일'(391쪽)은 소설의 세계에 빠져들고 그것을 기어이 사랑해버리고 마는 독자의 마음을 닮았다. 다시 김초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