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 설립자 빌 윌슨의 명의로 경찰에 도착한 한 통의 경고장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나는 열세 명의 죄 없는 자와 한 명의 죄지은 자를 살해할 것이다. 그로써 죄 없는 자의 죽음을 초래한 사람들이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영미권 형사법의 대원칙인 블랙스톤 원칙을 비튼 이 섬뜩한 궤변은 곧 현실이 된다.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수감되었으나 증거 조작이 뒤늦게 밝혀진 채 살해된 남성. 그 재판에 참여했던 배심원들의 이름이 적힌 쪽지가 무참히 살해된 시신 곁에서 발견되면서, 피해자를 예측할 수 없는 ‘대리 배심원 살인 사건’의 막이 오른다. 한편, 사설탐정 홀리 기브니에게는 또 다른 위험한 의뢰가 날아든다. SNS 팔로워 1,200만 명을 거느린 여성 인권 운동가 케이트 매케이의 출간 기념 투어 경호 요청이다. 임신 중지권 등 민감한 이슈로 극렬한 반대자들을 몰고 다니는 그녀를 향해 조수를 향한 테러 등 살벌한 위협이 이어지고, 논란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뢰인 탓에 애를 먹으면서도 홀리는 종교적 광기에 사로잡힌 스토커의 실체에 다가간다.
스티븐 킹이 내놓은 66번째 장편 소설. <미스터 메르세데스>에 처음 등장한 이래로 <홀리>에 이르기까지 스티븐 킹이 유감없이 애정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명실상부 작가의 세계관을 대표하는 핵심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독보적인 탐정 캐릭터 홀리 기브니는 이번에도 전혀 다른 두 개의 사건이 점차 하나의 숨 막히는 목적지를 향해 폭주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최악의 사태를 막아내야 한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초자연적 존재보다 현실 속 왜곡된 정의감이 얼마나 끔찍한 괴물이 되는지 탁월하게 그려내며, 이에 맞서는 평범하지만 단단한 인물들의 분투에 주목한다.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이야기의 제왕’의 최신작.